"목소리·얼굴 다 털렸다"… 유재석·윤아·염혜란 겨냥한 정교한 AI 합성 활개
'퍼블리시티권' 인정 속도 내는 日… 법적 보호 장치 마련해 음성 도용 제동
韓 법안은 어디까지…팬덤 신고 의존 벗어나 실효 대책 시급

- ▲ 뉴스엔DB, 유재석

- ▲ ‘검침원’ 티저 영상 캡처
AI 합성 기술이 갈수록 정교해지며, 이를 둘러싼 개인 권리 침해와 악영향도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유재석이 왜 이런 얘길?"… 지워도 또 생기는 ‘유튜브 사칭 계정’
지난 1일 한 커뮤니티에는 ‘현재 AI로 유재석 사칭하는 유튜브 등장함’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한 유튜버가 유재석 AI 음성을 활용한 영상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채널명에도 유재석 이름을 넣어 마치 실제 유재석이 운영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해당 유튜브 채널을 검색해보니, 채널명은 물론 영상에도 유재석 사진과 음성을 넣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독자는 이미 천 명을 훌쩍 넘긴 상황이었다.
채널은 가족 갈등, 부부싸움, 파혼 등 자극적인 이야기를 유재석 사진과 음성을 도용해 소개하고 있었다. 노년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은 실제와 AI를 구분하기 어렵다. 이들에게는 해당 채널 운영자를 유재석 본인으로 착각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유재석 AI 유튜브 계정에 대한 우려가 확산된 후, 유재석 팬덤을 기반으로 해당 채널을 신고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문제가 된 채널은 삭제 조치됐다. 그럼에도 운영자는 이름을 바꿔 새 채널을 개설한 것으로 확인됐다.
■ 윤아 가짜 임신 사진부터 불법 도박 광고까지… AI가 삼킨 스타들
연예인 유명세를 악용해 AI 콘텐츠를 만드는 수법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소녀시대 윤아가 표적이 됐다. 윤아가 한 남성과 나란히 서서 부른 배를 감싸 안은, 이른바 '임신 기념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타고 퍼졌다.
그러나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장면을 AI로 합성한 이미지였다. 게시자는 윤아의 공식 SNS 계정까지 태그해 진짜인 양 꾸몄다. 이에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28일 공식 입장을 내고 이미 형사고소를 진행했다.
영상은 한층 더 정교해졌다. 지난 3월에는 배우 염혜란 얼굴을 본뜬 AI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단편 영화 '검침원'이 유튜브에 공개됐다. 표정과 시선, 몸짓에 목소리까지 실제 배우와 흡사하게 구현됐다.
‘검침원’ 제작사 측은 배우에게 초상권 사용 허락을 받았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소속사 에이스팩토리는 사전 협의나 허락은 없었다며 영상 존재조차 몰랐다고 밝혔다. 영상은 논란 끝에 삭제됐다.
웹툰 작가 겸 유튜버 침착맨은 지난해 7월, 자신의 얼굴과 영상을 AI로 합성해 불법 도박 게임을 홍보하는 가짜 광고가 돌자 법적 조치에 나섰다. 방송인 덱스 역시 출연 영상이 같은 방식으로 도용된 AI 불법 광고 피해를 입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 "목소리도 권리다"… 칼 빼든 日 법원, AI 음성 도용에 철퇴
가까운 일본에서는 AI 음성 도용에 대한 법적 기준이 하나둘 세워지고 있다.
도쿄지방법원은 지난달 30일, 성우 츠다 켄지로가 틱톡 운영사를 상대로 낸 영상 삭제 청구 소송에서 '목소리도 퍼블리시티권의 보호 대상이 된다'는 첫 판단을 내놨다.
츠다 켄지로는 애니메이션 '주술회전', '골든 카무이' 등으로 이름을 알린 인기 성우다. 문제의 틱톡 계정은 2024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츠다와 닮은 AI 내레이션을 입힌 괴담·도시전설 영상 188편을 올렸다. 츠다 측은 이 계정이 월 50만~75만 엔(약 430만~650만 원)의 수익을 거뒀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목소리 역시 초상과 마찬가지로 개인 인격을 상징한다고 봤다. 배우나 성우 목소리가 가진 대중적 끌림을 노려 무단으로 사용한다면 퍼블리시티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다만 소송 도중 계정과 영상이 이미 삭제돼 삭제 청구 자체는 기각했고, 실제 침해 여부는 따지지 않았다. 앞서 일본 법무성 검토회도 지난 8월 목소리를 법적 보호 대상에 포함하는 지침을 내놓은 바 있다.
■ 국회서 멈춘 보호법, 솜방망이 처벌… 언제까지 ‘팬들 신고’에 기대나
한국의 경우, 제도적 틀은 있지만 실효성은 아직 더디다는 분위기다. 유명인 이름·얼굴·목소리를 상업적으로 쓸 권리를 민법에 명시하는 이른바 '인격표지영리권' 개정안은 발의된 지 4년이 지나도록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는 지난달 9일에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다.
현재는 부정경쟁방지법이 유명인의 성명·초상·음성 등을 무단으로 영업에 쓰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지식재산처는 올해 3월 이를 근거로 아이돌 41명의 초상과 이름을 무단 사용한 굿즈 업체 4곳에 첫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행하지 않아도 과태료는 2,000만 원 이하다.
올해 1월 시행된 AI 기본법은 생성형 AI 결과물에 워터마크 등 표시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의무 대상이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에 한정돼, AI 결과물을 가져다 쓰는 개인 운영자에게는 직접 적용되기 어렵다. 과태료 부과도 1년 이상의 계도기간이 운영 중이다.
AI 기술은 이미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거대한 파급력을 지닌 연예인을 겨냥한 AI 합성 콘텐츠가 늘어난다면, 연예인 개인 권리 침해를 넘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채널 하나를 지우면 이름만 바꿔 다시 나타나는 지금 구조에서는 팬덤 신고만으로 막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 이를 예방하고 처벌할 분명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뉴스엔 황지민 saehay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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