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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판사’ 문유석 작가 “지성X김민정 아니면 못 살릴 캐릭터, 대본 부족 메워” [EN
2021-09-06 06:00:06
 


[뉴스엔 박은해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악마판사' 문유석 작가가 열연해준 배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8월 22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악마판사'(극본 문유석/연출 최정규)는 악을 악으로 처단하는 다크히어로 판사 강요한(지성 분)이 가상의 디스토피아 대한민국을 좀먹는 부패 권력층과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탄탄한 대본, 감각적인 연출,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으로 마지막 회차에서 시청률 8.0%(닐슨 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을 돌파하며 자체 최고 기록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악마판사'에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성 역할을 반전시킨 듯한 인물들이 여러 명 등장했다. 이와 관련 문유석 작가는 최근 뉴스엔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캐릭터들을 만들 때 아예 성별을 무시하고 만들었다. 정선아(김민정 분)가 서정학(정인겸 분)에게 당했던 성폭력 등 특정한 맥락 외에는 성별이 큰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차경희(장영남 분)는 그저 야심 만만한 권력자일 뿐이고, 윤수현(박규영 분)은 첫사랑을 지키고 싶어하는 형사일 뿐이다. 둘 다 한국 드라마에 남성으로 많이 나오는 익숙한 캐릭터들이다. 반대로 김가온 역할은 여성 캐릭터에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인습적인 성 역할에 갇혀 있는 캐릭터들은 뻔해서 재미없고, 그렇다고 여성들은 모두 주체적이어야 하고 남성들은 납작해도 상관없다는 식의 편향도 작위적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다 개별적"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문유석 작가가 '악마판사'를  집필하면서 가장 공들이고 고민한 장면은 무엇일까. 문유석 판사는 먼저 13회 엔딩에서 윤수현이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을 꼽았다.

"요한에게는 이삭이 있고, 가온에게는 수현이 있습니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어 삶을 놓지 않게 만들어 준 유일한 존재들이죠. 대본 초고에는 이삭이 요한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자기가 없어져야 아버지가 요한을 학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였지요. 종교적이기까지 한 그런 무조건적인 사랑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다가, 총을 맞아 죽어가는 수현이 가온의 이마 상처를 보면서 '괜찮아? 피 나잖아...'라며 가온부터 걱정하는 씬을 썼습니다. 이 비극적인 죽음으로부터 시작하여 모든 것이 정선아의 잔혹한 큰 그림이었음이 밝혀지는 15부 엔딩까지 극은 파국을 향해 달려갑니다. 신들의 불가해한 변덕으로 잔혹한 운명을 맞는 그리스 비극처럼."

크게 부각되지는 않은 장면이지만 12회 초반, 요한을 그림자처럼 돕는 K가 가온에게 처음으로 속내를 털어놓으며 요한 곁에 있으면 결국 모든 걸 잃고 말 거라고 쓸쓸하게 말하는 신도 기억에 남는다고. 문유석 작가는 "사실 이 신은 영화화 ‘렛 미 인’을 생각하면서 썼다. 외로운 뱀파이어 이엘리의 곁에서 그녀를 지키며 살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는 중년 사내, 그리고 같은 운명을 스스로 짊어지는 소년 오스칼의 이미지가 그 장면을 쓸 때 자꾸 떠오르더라"고 털어놓았다.

'악마판사'는 비현실적인 설정마저 이해시키는 배우들의 출중한 연기력으로 화제가 됐다. 지성은 광기에 찬 다크히어로, 상처받은 청년, 냉철한 지략가를 오가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했고, 김민정은 해맑은 얼굴로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빌런 정선아로 완벽하게 분했다. 김가온과 죽은 강요한 형 강이삭 1인 2역을 탁월하게 소화한 진영, 정의로운 경찰 역을 맡아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박규영도 호평받았다.

문유석 작가는 "정말 모든 배우분들이 찬란하게 빛나는 연기를 해 주셨다.  사실 ‘악마판사’는 이질적인 요소가 가득한 혼돈 같은 이야기다. 만화처럼 과장된 디스토피아 설정에 고전 비극의 서사, 연극적인 문어체 대사, 의도된 찝찝함과 불편함. 제가 좋아하는 이런 요소들을 과잉될 만큼 집어넣고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은 배우분들을 믿었기 때문이다. 지성 배우와 김민정 배우가 없었다면 강요한과 정선아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누가 살릴 수 있었을까? 가혹한 운명 속에 고통받는 힘든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 주신 진영, 박규영 배우도, 각기 다른 개성의 악역을 맡아 광기 어린 연기를 해 주신 장영남, 안내상, 백현진 배우도, 소박하지만 공감 가는 인물을 연기해 주신 김재경 배우도, 그 외에도 단역분들까지 모든 배우분들의 훌륭한 연기가 대본의 이상함과 부족함을 메워 주셨다"며 출연 배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문유석 작가가 판사 재직 시절 집필한 JTBC '미스 함무라비'와 법복을 벗고 처음으로 선보이는 tvN '악마판사' 두 작품 모두 판사 캐릭터가 중심이지만 분위기는 무척 다르다. 전자가 사람 냄새 나는 따뜻한 법정 이야기였다면 후자는 아주 처절한 디스토피아 세계관이었다. 이를 두고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 "퇴사자의 폭주"라는 유쾌한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20년간 이어 온 판사라는 직업을 그만두고 전업작가로 전직한 변화가 작품에도 영향을 줬을까.

"솔직히 아직은 전업작가라는 자각이 부족해서인지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악마판사’의 콘셉트를 떠올린 것도 ‘미스 함무라비’ 방영 당시였어요. 비슷한 톤의 이야기를 또 쓰는 건 재미 없으니 완전히 반대되는 톤의 이야기를 써 보면 어떨까 생각했던 것이죠. 톤 앤 매너가 다를 뿐 사실 그다지 다르지 않은 이야기들이기도 합니다. ‘미스 함무라비’ 후반부에 박차오름(고아라 분)이 세상으로부터 당했던 핍박과 고난들을 떠올려 보시면 그다지 장밋빛은 아니었지요."

'악마판사'는 판타지 세계관이지만 폐수 무단 방류를 지시한 기업 총수, 갑질 재벌, 상습 몰카 범죄자 등 현실적인 빌런들이 많이 등장했다. 문유석 작가는 "배경이 만화적이고 과장된 디스토피아이니만큼 다루는 사건은 너무 붕 뜨지 않도록 현실적이고 익숙한 사건들을 다뤘다"고 설명했다.

'악마판사' 마지막 회에서 강요한이 김가온에게 "잘해라. 안 그럼 다시 돌아올 거니까"라고 말하고 떠나는 장면이 시즌 2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시즌 2에 대한 시청자들의 바람도 간절한 상황. 시즌 2를 집필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문유석 작가는 "많은 분들이 ‘악마판사’를 사랑해 주신다면 후속 시즌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만약 그런 기회가 생긴다면 이번에는 '셜록'이나 '루팡'처럼 좀 더 경쾌한 활극 톤으로 풀어가 보아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사진=tvN 제공)

뉴스엔 박은해 p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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